56억원 부가티 투르비옹, 리막 네베라에 출력, 제로백 열세!
2016년 세상에 나와 8년간 활약하며 양산차 최고속 기록(시론 슈퍼 스포츠 300+, 시속 482km)을 거머쥔 부가티 하이퍼카 시론이 후속 모델 투르비옹에 배턴을 넘겨줬습니다. 1909년 설립한 고급차 브랜드 부가티는 1990년대 하이퍼 스포츠카 브랜드로 재탄생해 1991년 EB110, 2005년 베이론, 2016년 시론, 그리고 이번에 공개한 신차 투르비옹으로 이어지는 초고성능 하이퍼카를 내놨습니다. 시론은 디보, 볼리드, 라 부아튀르 누아르, 첸토디에이치, 미스트랄과 같은 한정판 파생 모델의 근간이 되었는데요. 특히 라 부아튀르 누아르는 신차가 기준 1,870만 달러(259억 원)로 신차가 기준 가장 비싼 모델로 이름을 높였습니다. 특히 새로 나온 투르비옹은 부가티의 상징과도 같은 W16 엔진을 대체하는 V16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품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모델인데요. 파가니 유토피아, 코닉세그 CC850, 리막 네베라와 같은 최신 하이퍼카와 비교해 보며, 신형 부가티의 가치를 파악해 보겠습니다.
<목차>
1. 시론을 바탕으로 부가티 올드카 DNA 주입. 버터플라이 도어로 화룡점정
2. 기계식 시계 투르비옹을 떠오르게 하는 계기판, 시론 인테리어를 더욱 고급스럽게
3. V16 하이브리드 시스템 품고 최고출력 1800마력, 제로백 2초! 소리 없이 전기차 모드로 변신!
4. 최신 하이퍼카 파가니 유토피아, 코닉세그 CC850, 리막 네베라와 비교
1. 시론을 바탕으로 부가티 올드카 DNA 주입. 버터플라이 도어로 화룡점정
투르비옹은 2021년 7월, 부가티와 리막의 합작 회사 부가티-리막의 협업의 결실입니다. 익스테리어 디자인은 부가티 올드카에서 영감을 얻어 빚었는데요. 타입 57 애틀란틱, 타입 41 루아얄, 타입 35의 디자인 DNA를 주입해 시론의 우아하면서도 강력한 디자인을 한 단계 발전시킨 듯 보입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부분은 볼리드에 이어 위로 열리는 버터플라이 도어를 채택했다는 점입니다.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하이퍼카에 걸맞은 특별한 디자인 감각이 엿보입니다. ‘키스 굿바이’라는 멋진 별명이 붙었던 시론의 직선형 라이트바는 차체 라인을 따라 물결치는 곡선과 점선으로 바뀌었습니다.
좌우에 각각 4개의 둥근 사각형 광원을 품었던 시론과는 달리 조금 더 날카로운 인상의 L 모양 광원을 네 개씩 좌우 헤드램프에 엮었습니다. 부가티 특유의 말발굽 모양 그릴은 유지했지만 좌우 범퍼 형태는 더욱 날카롭고 공격적으로 다듬었습니다. A필러, 루프, B필러, 차체 하단을 아우르는 C 형태의 캐릭터 라인 역시 시론보다는 각을 살리고 뉘여 더욱 속도감이 느껴지는 디자인입니다.
2. 기계식 시계 투르비옹을 떠오르게 하는 계기판, 시론 인테리어를 더욱 고급스럽게
베이론과 시론은 부가티의 전설적인 레이싱 드라이버에게서 따온 이름을 붙였는데요. 투르비옹은 기계식 시계의 정확도를 높이는 부품 명칭을 이름으로 달았습니다. 정교하면서도 아름다운, 그야말로 하나의 금속 세공품이자, 기계적 예술품과 같은 계기판 디자인 역시 하이앤드 시계의 투르비옹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운전석과 조수석을 가르는 인테리어 구성은 이전과 동일합니다. 차체 외관 C 모양 라인을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대입한 구성도 시론과 유사하죠. 전체적인 틀은 시론과 비슷하지만, 디테일은 몰라보게 진화했습니다. 더이상 고급스럽고 화려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시론의 인테리어를 한층 더 정교하고 아름다운 기계적 예술품으로 진화시켰죠. 센터 디스플레이는 원할 때만 꺼내 사용할 수 있도록 히든 타입으로 구성했습니다. 스티어링휠을 조작해도 림만 회전할 뿐 부가티 엠블럼이 자리 잡은 스티어링휠 중앙부는 회전하지 않습니다.
요즘 자동차는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디지털 요소가 많아, 5년만 지나도 구형 티가 납니다. 투르비옹의 실내는 시간이 지날 수록 미학적 깊이를 더하는 기계식 시계 무브먼트의 매력을 따와 한눈에 봐도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세월이 지나도 그 정교함과 미적 깊이가 퇴색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단히 현명하고도 독특한 인테리어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V16 하이브리드 시스템 품고 최고출력 1800마력, 제로백 2초! 소리 없이 전기차 모드로 변신!
탑승공간 뒤편에는 시론의 W16 8.0L 엔진을 대체하는 V16 8.3L 자연흡기 엔진이 들어갑니다.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앞차축에 2개, 뒤차축에 1개의 전기모터를 더하고 25kWh 배터리를 이식했습니다. 부가티 메인스트림 모델도 이제 전동화 기로에 들어선 셈인데요. 전기 하이퍼카 제조사 리막과 합자 회사를 설립하고 개발한 모델인 이상 예정된 수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경량화 노력 덕분에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추가하고도 차체 무게가 시론과 동일한 1995kg이라는 점이죠. V16 엔진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발휘하는 시스템출력은 1800마력, 최대토크는 234.5kg.m입니다.
투르비옹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2초 만에 가속합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200km까지는 5초, 300km까지는 10초면 충분하죠. 최고시속은 445km에 이릅니다. 배터리는 탄소섬유 차체 어딘가 얹지 않고, 탄소섬유 섀시에 내장되도록 구성했습니다. 엄청난 개발비를 쏟아부어 차체와 일체감 높은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품은 셈이죠. 배터리를 가득 채우면 엔진을 끄고도 59km를 전기차처럼 이동할 수 있습니다.
4. 최신 하이퍼카 파가니 유토피아, 코닉세그 CC850, 리막 네베라와 비교
하이퍼카 시장은 스위스 하이앤드 시계 시장과 닮은 점이 많습니다. 엄청나게 높은 가격, 필요 이상의 성능, 극도로 아름다운 미학적 완숙도, 현대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기계적 완숙도, 높은 구입가의 몇 배로 치솟는 리셀 가격 등등…. 이 시장은 종래 부가티, 파가니, 코닉세그 등이 터줏대감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요.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고, 리막의 역작 네베라가 출시하면서 기존 하이퍼카 개념이 송두리째 흔들렸습니다. 내연기관 스포츠카를 조롱하듯 네 자릿수 출력을 기록하고, 손쉽게 직진 가속 기록을 깨는 전기차 탓에 하이퍼카는 한때 열을 올렸던 성능 경쟁을 멈추고, 옛것의 아름다움을 살리는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리막 네베라의 등장 이후, 올드카 매력을 강조하며 나온 나온 부가티 투르비옹, 파가니 유토피아, 코닉세그 CC850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하이퍼카 시장은 가격 상향선이 거의 없기에 디자인 자유도가 대단히 높습니다. 현대 기술로 만들 수 있는 최대치의 성능과 구현 가능한 최대치의 아름다움을 담는 게 개발 목표죠. 따라서 네 모델은 스포츠카답게 차체가 낮고 넓고 납작하다는 점 외에는 제각기 생김새가 다릅니다. 그렇지만, 하나 같이 대단히 우아하고 미려하죠. 바퀴가 네 개 달렸다는 점에선 여느 자동차와 다를 바 없지만, 그 면면을 살펴보면 고가 수집품을 보는 듯합니다.
차체 비율은 비슷한 듯하지만, 차이점도 엿보입니다. 유토피아와 CC850은 운전석이 앞차축 가까이로 치우치며 20세기 르망 경주차와 같은 비율을 선보이고, 투르비옹과 네베라는 운전석이 앞뒤 차축 중앙에 놓으며 보다 현대적인 스포츠카 비율을 선보입니다. 차체 크기는 네베라가 가장 큽니다. 길이가 4,750m로 투르비옹(4,671mm), 유토피아(4,597mm), CC850(4,364mm)를 압도합니다. 차체 높이도 네베라만 1,200mm를 넘어섭니다. 네베라 높이는 1,208mm고, 투르비옹이 1,189mm, 유토피아 1,169mm, CC850이 1,127mm입니다. 비교해 보니 CC850의 콤팩트한 체격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차체 무게 역시 대용량 배터리를 품은 네베라가 2,300kg으로 가장 무겁습니다. 그다음은 투르비옹으로 1,995kg이고, CC850과 유토피아는 각각 1,385kg, 1,280kg으로 상당히 가볍습니다.
인테리어는 네 모델 모두 극도로 화려합니다. 투르비옹이 기계식 시계로 인테리어를 장식했다면, 유토피아는 기계식 시계 내부에 운전석과 조수석을 단 듯 보입니다. 대단히 기계적이고 아날로그적인 인테리어가 돗보이고, 그 정점에 기계 구조를 그대로 노출한 수동 시프트레버가 있습니다. CC850은 수동 시프트레버와 현대적인 세로형 터치 디스플레이를 조합해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 시스템을 조화롭게 구성했습니다. 네베라는 전기차답게 디지털 시스템 도입을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계기판과 센터 디스플레이를 디지털 스크린으로 꾸려 정교한 디지털 디바이스와 같은 인상을 전합니다.
성능은 상징적인 수치일 뿐이지만, 굳이 비교를 하자면 리막 네베라가 가장 강력합니다. 최고출력 1914마력, 제로백 가속 시간이 1.81초에 불과하거든요. 투르비옹은 최고출력 1800마력, 제로백 2.0초로 그 뒤를 따릅니다. 최고출력 1404마력, 제로백 2.8초인 CC850과 최고출력 864마력, 제로백 3초인 유토피아는 지향점이 조금 다른 듯 보입니다. 성능 경쟁에서 힘을 빼고 감성과 매력, 기술 및 심미적 완숙도에 심혈을 기울인 듯 보입니다. 앞서 하이퍼카는 자동차의 특성과 초고가 수집품의 성격을 띤다는 점을 말씀드렸습니다. 따라서 이 네 모델은 가격이 대단히 높습니다. 가장 저렴한 네베라가 200만 유로(29억 7,000만 원), 그다음 저렴한 유토피아가 215만 유로(31억9,000만 원)입니다. CC850은 335만8,000 유로(49억9,000만 원)이고, 투르비옹은 380만 유로(56억4,000만 원)입니다. 이조차도 세금을 제외한 기본 가격입니다. 옵션가와 세금을 붙인 최종 가격은 얼마일지 상상도 어렵습니다. 대중차의 발전상만큼이나 초고가 하이퍼카의 진화상도 흥미롭습니다. 누구나 손에 넣을 순 없지만, 작품과도 같은 자동차의 탄생과 진화 과정을 지켜보는 건 무료이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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