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차)에 대한 (차)이를 만드는 (차)차차 차기자입니다.
신형 쏘나타(DN8) 트렁크에는 ‘SONATA” 글자가 커다랗게 새겨져 있습니다. 이렇게 차 이름을 크게 새기는 것은 주로 벤틀리를 비롯한 대형고급차에서 널리 사용되는 디자인 기법으로 차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쏘나타에 거는 현대차의 기대감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죠.
차 후면을 가득 메운 ‘SONATA’ [출처: 현대자동차]
레터링은 자동차 역사와 함께했습니다. 브랜드와 차를 알리는 이름표 역할을 도맡아 했는데요. 오늘은 자동차 레터링과 이를 표현하는 서체 디자인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서체에 담긴 패밀리룩
동일한 서체를 사용하는 포르쉐 모델들 [출처: 포르쉐]
레터링에도 패밀리룩이 반영됩니다.정통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럽 차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입니다. 패밀리룩 레터링이 가장 도드라지는 회사가 바로 포르쉐입니다. 포르쉐는 특유의 납작한 산세리프체와 필기체를 수십 년간 꾸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회사명은 포르쉐 서체를, 제품명은 1세대 911부터 적용한 필기체(script)를 사용하는데요. 2011년 7세대 911(991) 이 등장하면서 모든 차에 브랜드와 차명을 같이 부착하고 있습니다.
폭스바겐, 두툼한 푸투라 서체
7세대 골프 [출처: 폭스바겐]
폭스바겐은 두터운 '푸투라(Futura)' 서체를 사용합니다.푸투라는 1927년 독일의 유명한 서체 디자이너인 ‘파울 레너(Paul Renner)’가 만든 것으로 라틴어로 '미래'라는 뜻입니다. 당시 독일의 모더니즘을 반영했으며, 루이 비통과 HP, 레드불에서도 사용합니다. 폭스바겐은 푸투라 서체를 회사명, 제품명,트림명, 광고까지 일관되게 단 하나의 서체를 사용합니다. 같은 그룹인 아우디는 자동차 이미지를 반영한 얇고 날렵한 고딕형 서체를 고집하는데요. 유독 광고와 브로슈어에만 회사 설립 100주년을 기념해 별도로 제작한 아우디 서체(Audi type)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서체는 ‘폴 반 데 라안(Paul van der Laan)’이 디자인했다고 하네요.
BMW, 장평이 넓고 단단한 이탤릭체
BMW 7시리즈 [출처: BMW]
BMW는 역동성이 살아있는 비스듬한 이탤릭체를 즐겨 사용합니다. 장평이 넓고 단단한 느낌을 주죠. 고성능 'M'은 그보다 굵은 서체를 통해 강인한 인상을 전달합니다. 엠블럼을 비롯한 회사명과 광고 및 브로셔에는 헬베티카(Helvetica) 서체를 씁니다. 1957년 ‘막스 미딩거(Max Miedinger)’와 ‘에드워드 호프만(Edward Hoffman)’이 디자인한 것으로 간결하면서도 가독성이 뛰어납니다. 폭스바겐과 마찬가지로 잘된 디자인은 시대를 초월한다는 의미를 실감케 합니다. 현재는 지프를 비롯해 항공사인 루프트한자, 3M, 노스페이스 등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중후한 고딕체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출처: 메르세데스-벤츠]
벤츠는 중후한 느낌의 고딕체를 A클래스부터 S클래스까지 사용합니다. 엔진명은 별도의 이탤릭체를 쓰고 있습니다. 인쇄물은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셰리프 형태의 코퍼레이트A 서체를 사용합니다. 1990년 커트 바이더만이 디자인한 것입니다. 이 밖에도 푸조, 시트로엥 등 대다수 유럽 업체가 회사가 추구하는 철학과 제품 이미지에 맞는 서체를 제작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경쾌한 소문자 i시리즈
옆으로 기운 이탤릭체 소문자를 사용했다 [출처: 현대자동차]
그렇다면 국내 자동차 회사의 레터링 디자인은 어떨까요? 현대자동차 그룹은 약 10년 전 유럽 시장을 공략하는 소형 해치백 차종을 i시리즈로 묶으면서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한 ‘알파누메릭(alphanumeric)’ 명명법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일관된 서체를 사용할 필요가 생긴 것입니다. i10, i20, i30, i40, ix35(투싼)는 경쾌한 분위기의 소문자 레터링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차의 성격을 충분히 반영한 디자인인 셈이죠.
기아자동차, 묵직함 전달하는 K시리즈
K시리즈는 묵직한 분위기의 레터링을 사용한다 [출처: 기아자동차]
기아차 역시 K시리즈를 출범하면서 묵직하고 깔끔한 분위기의 레터링을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K3부터 K9까지 사용하고 있는 이 서체는 한결 점잖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세단 특유의 성격을 반영한 것으로 조금은 보수적인 이미지를 담으려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기업의 정체성이 곧 제품 가치와 상품성으로 이어지는 요즘. 이제는 차 뒤에 붙는 글자 디자인 하나도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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