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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좀처럼 보기 힘든 보닛 위의 상징물, 후드 오너먼트
작성일 : 2022-01-17 조회수 1763

몇 년 전만 해도 우리 곁을 달린 자동차의 보닛 위에는 독특한 장식물이 있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하면 ‘보닛 위의 삼각별’이 떠오르는 것처럼, 브랜드나 특정 모델을 상징하는 장식이 많았죠. 

이처럼 보닛 위에 달린 장식을 영어로는 후드 오너먼트(Hood Ornament)라고 부릅니다. 엔진룸 덮개 장식물이란 뜻이죠.


도로를 달리는 포드 모델 T [출처: 셔터스톡]


후드 오너먼트는 자동차의 여명기부터 함께 한 부품입니다. 

초기의 자동차들은 엔진 냉각수를 식히는 장치인 라디에이터를 맨 앞에 노출한 형태였어요. 

엔진 과열 여부를 확인할 온도계도 같이 달았죠. 

한편 몇몇 제조사들은 운전자가 자동차의 앞쪽 끝 위치를 쉽게 가늠할 수 있도록 라디에이터 마개를 크게 만들었습니다. 


패커드 자동차의 후드 오너먼트 [출처: 셔터스톡]


커다란 마개는 장식품을 올릴 훌륭한 받침대이기도 했습니다. 자동차의 맨 앞에서 시선을 받는 자리니까요. 

그래서 브랜드마다 후드 오너먼트의 모양에 상당한 신경을 썼습니다. 

당대의 자동차는 고급품이었기 때문에 품격을 강조할 멋진 모양이 필요했고, 

이에 따라 예술 작품에 가까운 후드 오너먼트를 만들었죠. 


부가티의 춤추는 코끼리 [출처: 셔터스톡]


당대 최고의 럭셔리카였던 부가티는 춤추는 코끼리 조각상을 달았습니다. 

이는 부가티 설립자인 에토레 부가티의 남동생인 렘브란트 부가티가 디자인한 것으로, 

1926년 선보인 타입 41 로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금도 부가티는 자신들의 전통에 따라 라이프 스타일 용품에 코끼리 그림을 넣고 있습니다. 


코뿔소 장식을 달았던 동아 지프 코란도 패밀리 9 [출처: 쌍용차]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후드 오너먼트는 기능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부품이 되었습니다. 

차체 앞에 드러나 있던 라디에이터가 엔진룸 속으로 자리를 옮겼죠. 

라디에이터 마개는 보닛을 열어야 볼 수 있게 되었고, 온도계 또한 계기판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후드 오너먼트를 달아야 할 이유가 사라진 셈입니다. 


날개 모양 후드 오너먼트를 달았던 현대 에쿠스 [출처: 현대차]


대신 후드 오너먼트는 차에 권위를 부여하는 디자인 요소로 거듭났습니다. 고급차들이 주로 다는 일종의 상징물이 되었죠. 

국산차의 경우 현대 뉴 그랜저나 다이너스티, 에쿠스, 기아 엔터프라이즈나 쌍용 체어맨 등 

주로 고급차에 달렸던 오너먼트를 기억하는 분이 많을 겁니다. 

특이하게도 쌍용 코란도는 SUV임에도 코뿔소 장식을 보닛 끝에 달기도 했었죠. 

강인한 모델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코뿔소 장식을 달았던 1993년식 코란도 RSH [출처: 쌍용자동차]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자동차의 후드 오너먼트는 자취를 감췄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안전 문제였어요. 

후드 오너먼트가 보행자와 부딪칠 경우 가슴과 복부에 심각한 상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동차의 정숙성이 중시되면서 풍절음을 일으키는 후드 오너먼트를 달 이유도 사라졌죠.


신형 재규어는 그릴에 엠블럼을 단다 [출처: 재규어]


따라서 자동차 제조사들은 후드 오너먼트를 없애고 대신 엠블럼을 달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의 재규어가 대표적이죠. 동물 재규어의 형상을 축소한 리퍼를 보닛 위에 달았지만, 

2012년부터는 엠블럼을 그릴 중앙에 달고 있습니다. 

에쿠스도 마찬가지죠. 제네시스 EQ900으로 거듭나면서 보닛 위 날개를 없앴습니다. 


보닛 위 삼각별로 유명한 메르세데스-벤츠 [출처: 메르세데스-벤츠]


현재 후드 오너먼트를 사용하는 자동차 제조사는 메르세데스-벤츠와 롤스로이스, 벤틀리가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트림에 따라 후드 오너먼트를 답니다. 권위를 강조하는 트림의 경우 후드 오너먼트를, 

스포티한 감각이 필요한 트림의 경우 그릴 가운데 커다란 삼각별을 달죠. 

벤틀리는 한때 후드 오너먼트 대신 엠블럼을 달았지만, 다시 ‘플라잉 B’ 후드 오너먼트를 달기 시작했어요. 

벤틀리의 머리글자인 알파벳 ‘B’에 날개 모양을 단 모습입니다. 하이엔드 시장을 두고 롤스로이스와 경쟁하는 만큼 이런 부분에서도 질 순 없겠죠. 


롤스로이스의 환희의 여신상 [출처: 롤스로이스]


세 브랜드 모두 안전 문제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후드 오너먼트에 스프링 구조를 적용해 일정 수준 이상의 힘이 가해지면 자연스레 꺾이도록 만들었습니다. 

행여나 도둑이 훔치려 할 때는 강력한 경보음을 내죠. 

롤스로이스와 벤틀리는 충격을 감지하면 후드 오너먼트가 보닛 속으로 내려갑니다. 


벤틀리의 플라잉 B [출처: 벤틀리]


한때 고급차를 상징하는 요소 중 하나였던 후드 오너먼트는 자취를 감춰가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이 보편화되고 또 자동차의 형태가 지금과 달라진다면 후드 오너먼트는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르죠. 

그런 조짐은 벌써부터 보이고 있습니다. 

후드 오너먼트 등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던 브랜드들이 점점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강렬한 주간주행등이나 헤드램프 디자인 등으로 그들만의 캐릭터를 과시하고 있으니까요. 

형태가 달라질지언정 브랜드와 모델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매력적인 장식은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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