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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최고급 옵션이 지금은 기본? 내비게이션
작성일 : 2021-12-13 조회수 10001

지금은 어딜 가든 내비게이션을 사용합니다. 내비게이션만 있으면 초행길도 걱정 없이 갈 수 있죠. 

하지만 과거에는 출발 전 지도를 살펴 대략적인 경로를 파악해야 했습니다. 가는 중에도 경로를 수시로 확인해야 했죠.

그래서 전국지도 하나쯤은 차에 싣고 다녔습니다. 

먼 길을 떠날 때면 조수석에서 지도를 보며 방향을 알려주는 것이 최고의 매너였죠. 그러다 길을 잘못 들면 옥신각신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셔터스톡]


초행길의 악몽에서 우리를 구해준 자동차 내비게이션은 1981년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자동차 제조사 혼다가 만든 ‘일렉트로 자이로케이터’를 최초로 꼽지요. 

중앙을 차지한 CRT 모니터, 주변의 버튼 구성은 지금의 내비게이션과 상당히 닮았죠. 

하지만 반투명 지도를 사용한 점이 크게 다릅니다. 당대에는 큰 지도를 저장할 매체가 없었거든요. 


[출처: 혼다]


그리고 작동 원리도 지금의 내비게이션과 크게 다릅니다. 

지금의 경로 안내 시스템은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위성을 이용해요. 

하지만 1981년 당시에는 GPS 위성을 활용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최초의 GPS용 위성을 발사한 해가 1978년인데요. 

당시만 해도 군사용 기술로 제한했기에 민간에게는 개방하지 않았거든요. 


[출처: 혼다]


그래서 일렉트로 자이로케이터는 경로 추측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출발지를 설정하고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이동했는지 알 수 있다면 대략적인 자신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원리죠. 

그래서 자이로스코프를 이용해 방향을 계산하고, 변속기 하우징에 장착한 서보 기어로 이동 거리를 계산해 CRT 모니터에 주행 궤적을 그렸습니다. 

출발지 위치에 맞춰 지도를 놓으면 주행 중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었습니다. 

다만 지도의 끝까지 가면 방향에 맞는 새로운 지도로 갈아 끼워야 했습니다. 


[출처: ETAK]


이후 1985년에는 미국의 ETAK이 컴퓨터용 테이프에 지도를 저장해 완전한 디지털 내비게이션을 만들었습니다. 

전자식 나침반과 바퀴에 달린 속도 센서를 이용해 위치를 계산하는 방식은 일렉트로 자이로케이터와 비슷했어요. 

하지만 지도 데이터를 이용해 지정한 위치를 찾아가는 경로도 제시하는 등 더욱 발전한 기술을 선보였죠. 


[출처: 토요타]


하지만 새로운 기술을 제시한 ETAK의 내비게이션도 오래 가진 못했습니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맹추격을 시작했거든요. 

1987년에는 토요타가 CD-ROM 지도에 컬러 화면까지 사용한 내비게이션을 선보였죠. 

그리고 1990년에는 마쓰다가 GPS 내비게이션을 최초로 적용했습니다. 

군사용 기술이었던 GPS가 민간에 조건부로 개방되면서 내비게이션을 만들기가 상당히 쉬워졌죠. 

현재 위치를 계속 확인할 수 있으니 별도의 나침반이나 속도 센서를 달 이유가 없어졌거든요.


[출처: GM]


1992년에는 GM 또한 GPS 내비게이션을 발표했어요. 

처음에는 렌트용 차량에 달아 데이터를 쌓았고, 1995년에는 올즈모빌 자동차에 옵션 형태로 넣었습니다. 

워낙 큰 미국 지도를 한 번에 담기 어려우니 각 주의 지도 카트리지를 팔아서 쓸 수 있도록 했어요. 

한국에서는 1997년에 현대 오토넷이 차량 매립형 내비게이션을 출시했어요. 

하지만 당시에는 정확성과 품질이 떨어져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내진 못했습니다.


[출처: 가민]


자동차 순정 옵션이었던 내비게이션 시장에 불을 지핀 것은 휴대용 내비게이션이었습니다. 

최초의 휴대용 내비게이션은 1998년 가민이 출시한 스트리트 파일럿이에요. 

당시 가격은 550달러로 현재 물가와 비교하면 110만원 정도입니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는 지금과 비교하면 작고 비싸게 느껴지죠. 하지만 당시에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출처: 셔터스톡]


이후 2000년대에는 다양한 업체에서 내비게이션을 출시하면서, 내비게이션의 본격적인 대중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게다가 기술의 발달로 위치 정보의 오차도 크게 줄어들어 도심에서 사용하기에도 좋아졌지요. 

국내 시장에서는 2004년을 기점으로 내비게이션 단말기가 잇따라 출시됐습니다. 

앞 유리창에 내비게이션을 단 차들을 흔히 볼 수 있었죠. 

이후 DMB 방송망을 이용해 교통정보를 전달하는 TPEG 기술도 등장했어요. 


[출처: 셔터스톡]


2000년대 중반, 자동차 애프터마켓 시장을 주도했던 휴대용 내비게이션은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조금씩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한편 순정 내비게이션 장착 비율은 점점 늘어나고 있죠. 

이는 자동차 제조사들의 내비게이션이 주행 제어 시스템과 맞물리며 다양한 기술을 지원하기 시작한 덕분입니다. 

도로 정보를 이용해 위험 구간에서 속도를 줄이고 서스펜션의 댐핑을 조절하는 등 여러 기능을 제공하고 있죠. 


[출처: 현대자동차]


지금의 내비게이션은 HUD 시스템과 결합해 증강현실(AR)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운전자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순정 내비게이션이 없는 차를 찾아보기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자율주행 시대의 필수 장비 중 하나이니까요. 내비게이션의 발전사를 보며 자동차 기술 발전의 속도를 다시 실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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