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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다시 볼 수 없는 추억의 팝업 헤드램프
작성일 : 2021-10-17 조회수 1626

지금은 팝업 헤드램프를 장착한 차들을 볼 수 없습니다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스포츠카의 상당수가 헤드램프를 차체 속에 숨겼죠. 

안에서 튀어나오는 팝업형, 평소에는 차체 뒤를 향하고 있다가 라이트를 켜면 앞을 향하는 회전형 등 여러 방식이 있었죠. 

이런 여러 방식을 묶어 히든 헤드램프라 부릅니다. 


할리 얼의 뷰익 Y 콘셉트 [출처: GM]


1930년대부터 미국 자동차들은 히든 헤드램프를 적용해왔습니다. 

차체의 유려한 디자인을 살리기 위한 방책이었을까요? 종종 헤드램프를 숨기고 차체를 유려하고 멋스럽게 디자인한 차들이 많았습니다. 

운전석에 앉아 레버를 돌리면 숨어 있던 헤드램프가 드러나는 모습 또한 멋스러움을 더해줬겠죠. 


링컨 컨티넨탈 [출처: 포드]


하지만 꼭 멋을 위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히든 헤드램프는 미국 자동차 법규를 맞추기 위한 방책 중 하나였어요. 

1940년대부터 미국은 자동차에 사용되는 헤드램프의 종류를 표준형 7인치 원형 밀봉형 헤드램프 하나로 통일했습니다. 

그래서 매끄러운 자동차의 디자인을 해치지 않고 헤드램프를 디자인할 방법이 거의 없다시피 했어요. 


콜벳 스팅레이 [출처: 쉐보레]


게다가 헤드램프의 높이에 대한 규제도 있습니다. 따라서 정해진 높이에 맞춰 원형 헤드램프로 앞을 비추는 디자인을 하려면 한계가 있었죠. 

그래서 유선형의 디자인을 적용하거나 앞부분의 높이를 최대한 낮춘 스포츠카의 경우에는 팝업 헤드램프를 다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페라리 512 테스타로사 [출처: 페라리]


이후 1957년에 미국 법규가 변경되면서 5.75인치 밀봉형 헤드램프 2개를 달 수 있게 되었고, 1974년에 직사각형 밀봉형 헤드램프를 달 수 있게 되었으나 디자인적인 제한은 여전했죠. 

물론 이는 미국 법규이니 다른 시장에 파는 자동차는 이렇게 만들지 않아도 됐습니다. 

하지만 당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었던 미국 법규와 스타일은 유럽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습니다.


람보르기니 쿤타치 [출처: 람보르기니]


이후 미국이 자동차 헤드램프 규정을 바꾸면서 히든 헤드램프는 조금씩 사라지게 됩니다. 

1983년, 미국이 전구 교체형 헤드램프를 받아들이며 헤드램프 디자인에 대한 제한을 없앴거든요. 

이후 자동차 디자인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헤드램프의 디자인까지 차체 디자인의 일부가 되었으니까요. 


마쓰다 MX-5 [출처: 마쓰다]


1990년대까지 여러 자동차가 팝업 헤드램프를 달고 멋을 뽐냈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은 팝업 헤드램프를 장착한 차들이 없을까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만, 팝업 헤드램프는 특유의 멋을 제외하면 이점이 별로 없습니다. 공기저항이 대표적이죠. 

헤드램프를 닫았을 때는 의도대로 좋은 공기역학 성능을 낸다 하더라도 헤드램프를 켜는 순간 공기저항이 생깁니다. 

따라서 고속에서는 핸들링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데다 연비에도 불리하죠. 


마쓰다 MX-5 [출처: 마쓰다]


또한 팝업 헤드램프는 구조적으로 복잡합니다. 커버, 배선, 전기모터 등을 달아야 하죠. 

게다가 덮개를 열어주는 모터가 고장이 나면 앞을 비출 방법이 없습니다. 사고 시 복잡한 구조로 인해 수리비도 더 비싸지죠. 

또한 어두울 때 켜는 일상적인 점등 외에 경고 등의 의미로 급하게 라이트를 켤 때는 아무래도 구조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로앤캡의 보행자 머리 충격량 시험 [출처: 유로앤캡]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보행자 안전입니다. 보행자가 자동차와 충돌할 경우 보닛 쪽으로 넘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추가 부상을 막기 위해 보닛 위의 엠블럼 장식 등을 평면화하고 있는 추세죠. 그런데 팝업 헤드램프는 보닛 위의 돌출물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보행자 보호 규정을 충족하는 데 불리할 수밖에 없죠. 

따라서 팝업 헤드램프를 달던 자동차들도 모델 변경 시점에는 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쉐보레 콜벳 5세대 [출처: 쉐보레]


팝업 헤드램프를 사용한 마지막 양산차는 5세대 쉐보레 콜벳입니다. 1997년 등장해 2004년에 단종되었죠. 

클래식한 멋을 좋아한다면 팝업 헤드램프의 퇴장이 아쉽게 느껴질 겁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죠. 자동차 디자인은 시대별 규제에 대응하며 계속 발전해 왔습니다. 시

간이 지나면 지금의 현대적인 디자인도 고풍스러워 보이는 날이 오겠죠. 

저마다 독특한 헤드램프 디자인을 자랑하는 지금을 멋진 시대로 회고할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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