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이야기하는 ‘세계 3대 명차’가 있습니다.
마이바흐 57과 62, 롤스로이스 팬텀, 벤틀리 뮬산인데요.
각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이자 초고급차의 대명사이기도 합니다.
주위를 압도하는 위풍당당한 디자인과 최고급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한 실내, 슈퍼카 못지않은 출력과 어마어마한 가격 등 모든 면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차들이지요.
세계 3대 명차로 통했던 차들 중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모델은 롤스로이스 팬텀이 유일합니다.
벤틀리는 다운사이징, 전동화, 친환경 등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올해를 끝으로 뮬산을 단종하기로 했어요.
마이바흐는 벤틀리보다 조금 더 기구합니다.
2000년대 초반 60여 년 만에 부활하며 초고급차 시장을 노렸던 마이바흐는 세간의 주목과 달리 판매 부진을 겪다 결국 메르세데스-벤츠의 서브 브랜드로 전락하고 말았어요.
화려한 부활을 꿈꿨지만 지금은 메르세데스-마이바흐로 불리며 S클래스와 GLS의 최상위 모델이 된 마이바흐.
이제는 독자적인 모델을 만나볼 순 없지만, 마이바흐의 부활을 알렸던 57과 62부터 랜덜렛, 엑셀레로 등 그 자체로도 특별한 마이바흐 중 더욱 특별한 모델을 찾아봤습니다.
MAYBACH ZEPPELIN
마이바흐 제플린은 2009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전 세계 100대 한정으로 선보인 모델입니다.
마이바흐 57S와 62S를 바탕으로 개발된 제플린은 V12 6.0L 바이터보 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640마력, 최대토크101.9kg·m를 발휘합니다.
베이스 모델과 비교해 출력이 20마력 높고 최고속도는 시속 275km로 25km/h 증가했어요.
당시 양산형 세단 모델 중 가장 높은 출력을 자랑했습니다.
제플린이라는 이름은 비행선에서 유래됐습니다.
자동차를 만들기 전 비행선과 전차 엔진을 생산하던 마이바흐는 비행선을 제작하던 제플린社에 엔진을 공급했고 1930년대 초반 마이바흐가 출시한 DS7과 DS8에 제플린이라는 차명을 처음 붙였어요.
DS 시리즈 이후 80여 년 만에 제플린이라는 이름을 한정판 마이바흐에 부여하면서 다시 선보였습니다.
마이바흐 제플린은 스위스 향수 업체인 지보단과 공동으로 개발한 ‘퍼퓸 어토마이저(Perfume Atomizer)’를 장착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버튼을 누르면 10여 초 만에 실내를 원하는 향기로 채울 수 있었고, 옵션 가격은 600만원에 달했어요.
MAYBACH LANDAULET
영화 <트랜스포머 2: 패자의 역습(2009)>를 보면 시몬스 요원(존 터튜로)과 샘(샤이아 라보프)이 뒤 지붕만 열린 하얀색 마이바흐를 타고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있습니다.
샘이 “차가 좋네요”라고 말하자 시몬스는 “이 차 마이바흐야”라며 자부심을 드러냈지요.
이 장면에서 나오는 차가 마이바흐 62S 랜덜렛입니다.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게 뒷좌석 천장이 열리는 특별한 마이바흐에요.
마이바흐 랜덜렛의 이름은 지붕을 덮은 포장이 앞뒤로 나뉘어 접히는 사륜마차를 뜻하는 랜도(Landau)에서 따왔습니다.
이름처럼 기존 마이바흐와 다르게 뒷좌석 천장이 소프트톱으로 이루어져 열릴 수 있게 만들어졌어요.
랜덜렛의 기본 가격은 100만 달러(약 11억원)가 넘어 출시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양산형 세단이었습니다.
MAYBACH EXELERO
마이바흐 엑셀레로는 태생부터 양산이 아닌 시험용으로 개발됐습니다.
타이어 회사인 풀다(굿이어 타이어의 자회사)는 시속 350km에도 버틸 수 있는 타이어를 시험하기 위한 자동차가 필요해 마이바흐를 소유한 메르세데스-벤츠를 찾았어요.
풀다와 마이바흐는 엑셀레로 이전 1938년에도 타이어 시험용 차를 함께 만든 인연이 있습니다.
엑셀레로는 마이바흐 57S를 바탕으로 개발부터 제작까지 불과 25개월 만에 만들었어요.
엑셀레로의 디자인은 2005년 등장 당시 신선한 충격을 안겼습니다.
과거 풀다를 위해 만들었던 옛 모델의 디자인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인 분위기를 살렸어요.
2인승 쿠페이지만 엄청난 크기에서 오는 위압감은 상당했습니다.
엑셀레로는 기존 마이바흐와 달리 전용 엔진을 사용해요.
57S에 장착된 V12 5.5L 엔진은 풀다가 원한 시속 350km로 달리기엔 부족해 엔진 배기량을 5.9L로 키우고 터보차저의 용량을 확대했습니다.
힘을 높인 엑셀레로는 최고출력 700마력, 최대토크 101.9kg·m를 발휘하며 풀다의 시험용 타이어를 장착하고 최고속도 351.45km/h를 기록했습니다.
엑셀레로는 초고속 타이어 시험용 자동차이지만 실내는 마이바흐답게 아주 고급스러워요.
천연 가죽, 알루미늄, 탄소 섬유 등 고급 소재로 실내를 둘렀습니다.
벤츠는 엑셀레로를 최고급 리무진의 우아함과 일류의 품질을 더한 스포츠 쿠페라고 자랑했습니다.
성공적인 시험 이후 풀다는 마이바흐 엑셀레로를 경매에 내놓습니다.
미국의 래퍼가 800만 달러(약 89억원)에 구매 의사를 밝혀 화제가 되었어요.
그러나 차량 가격을 지불하지 못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이후 엑셀레로는 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 재벌에게 팔렸어요.
지금까지 마이바흐가 내놓은 특별한 마이바흐를 살펴봤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모델 이후로도 마이바흐는 G클래스를 바탕으로 한 마이바흐 최초의 오프로더인 G650 랜덜렛, 10억원에 가까운 몸값을 자랑하는 최고급 리무진 S650 풀만 등을 출시했지만 모두 메르세데스-마이바흐의 이름을 달고 있죠.
지금 당장은 메르세데스의 서브 브랜드인 마이바흐만 만날 수 있지만, 긴 세월 동안 잠들어 있다 부활했던 예전의 마이바흐처럼 언젠가 또 다시 부활할 것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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