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를 보면 닉 퓨리를 태운 자동차가 괴한에게 습격을 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습격으로 팔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한 닉은 운전을 할 수 없게 되자 자동차에 명령을 내려 도망을 쳐요.
자동차는 알아서 도주를 시작하고 주변 차를 인식해 요리조리 빠져나갑니다.
영화 속 자동차는 완전자율주행을 선보이며 관객의 시선을 빼앗죠.
부상당한 닉을 대신해 스스로 길을 찾고 적을 피하는 영화 속의 완전자율주행 자동차 [출처: Perception]
자율주행은 요즘 자동차 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영역입니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운전자가 차를 조작하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이는 것을 말해요.
아직 영화처럼 차가 스스로 판단하고 주행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운전자를 보조하고 제한적인 시간 동안 자율주행이 가능한 시대까지 왔습니다.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SAE International, 이하 SAE)에 따르면 자율주행 자동차는 능력별로 레벨 0부터 레벨 5까지 총6단계로 구분하고 있어요.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에 따른 자율주행 자동차 레벨 [출처: SAE]
SAE 레벨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레벨 0에서 레벨 2까지는 자동차 시스템이 주행 일부를 도와주는 단계입니다.
운전의 주체가 운전자인 자동차로 현재까지의 자동차가 대부분 여기에 해당하지요.
레벨 3부터 5까지는 자동차가 스스로 판단하고 주행합니다.
운전의 주체가 자동차로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아도 주행이 가능한 단계지요.
그렇다면 각 레벨은 어느 정도의 수준일까요?
SAE 레벨 0~2까지는 운전자의 제어가 필요한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
SAE 레벨 0은 전방충돌방지 보조, 후측방 충돌 경고 등 주행 중 안전을 위해 시스템이 경고를 하거나 일시적으로 개입하는 수준으로 자율주행 기능이 없는 차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레벨 1은 시스템이 운전자를 보조하는 단계에요.
차로유지 보조(LFA),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등 특정 주행모드에서 조향을 보조 또는 가·감속 중 하나를 수행하는 수준으로 운전자의 제어가 필요합니다.
레벨 2는 부분 자동화 단계로 레벨 1의 기능을 모두 자동으로 수행해요.
고속도로 주행 보조 시스템(HDA)이 여기 해당합니다.
그러나 레벨 1과 마찬가지로 운전자의 제어가 필요하죠.
SAE 레벨 3 이상은 자동차가 스스로 판단해 주행하는 자율주행 자동차라고 말할 수 있다
SAE 레벨 3은 조건부 자동화 단계로 자율주행 시스템이 자동차 제어와 주행환경을 동시에 인식합니다.
다만 일부 특정 도로 구간에서만 작동이 가능하고 돌발 상황 시에는 운전자에게 자동차 제어권이 넘어가요.
레벨 4는 고도화된 자동화 단계로 시스템이 주행을 담당하고 돌발 상황도 자동차가 스스로 대처합니다.
그러나 3단계와 마찬가지로 일부 특정 도로에서만 가능해요.
마지막으로 레벨 5는 모든 도로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완전 자동화입니다.
운전의 주체가 자동차로 주행에 있어 사람의 판단과 도움이 필요하지 않아요.
아우디는 A8을 통해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을 구현하려 했지만 다양한 이슈로 다음을 기약했다 [출처: 아우디]
전 세계 수많은 자동차 제조사는 SAE 레벨 3에 해당하는 자율주행 차량을 양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지난 2017년 아우디는 현행 A8을 통해 양산차로는 세계 최초로 선보인 레벨 3 자율주행 시스템을 공개했어요.
‘트래픽 잼 파일럿(Traffic Jam Pilot)’이라 불리는 자율주행 시스템은 공개 당시 세계적으로 이목을 끌었지만,
국가별로 다른 규제와 사고 발생 시 책임에 대한 소재가 불분명해 유럽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 허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결국 아우디는 지난 5월 유럽을 포함한 모든 지역에서 판매되는 A8에 레벨 3 시스템을 탑재하지 않겠다고 밝혔어요.
양산차에 적용된 자율주행 시스템 중 레벨 3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꼽히는 캐딜락 슈퍼 크루즈 [캐딜락]
테슬라 FSD는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자율주행 시스템 중 가장 높은 기술력을 보여준다 [테슬라]
현재 국내에 판매되는 자동차는 대부분 SAE 레벨 1~2단계에 속해 있습니다.
그동안 법규에 의해 묶여 있었지만, 지난 7월 레벨 3 자율주행 차량의 출시와 판매가 허가돼 앞으로 레벨 3 수준의 차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요.
현재 양산차에 적용된 자율주행 시스템 중 레벨 3에 근접한 시스템은 캐딜락 ‘슈퍼 크루즈’와 테슬라 ‘FSD(Full Self-Driving)’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에는 슈퍼 크루즈가 도입되지 않아 FSD와 제네시스의 ‘HDA 2’가 레벨 3와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어요.
FSD는 운전자의 제어가 필요한 부분 자동화 수준의 자율주행 시스템이다 [출처: 테슬라]
FSD와 HDA 2 모두 고속도로 같은 특정 구간에서 차선 유지 및 조향 보조와 방향지시등 작동 시 차선 변경, 분기로 진입 및 본선 합류를 지원합니다.
두 제조사 모두 자율주행에 가깝다고 이야기하고 특히 테슬라의 경우 시스템 이름부터 완전자율주행을 암시하지만, 운전자의 제어가 필요한 ‘부분’ 자동화 단계임을 잊어서는 안 돼요.
머지않아 사람과 소통을 할 수 있는 가능한 자동차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출처: IMDB]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지난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인공지능 회의(WAIC)에서 올해 자율주행 레벨 5의 기본 기능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직 우리가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자율주행은 레벨 2에 머물러 있지만, 먼 미래에나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기능이 점차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어요.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전격 Z작전>의 키트처럼 완전자율주행과 결합한 인공지능 자동차가 우리 곁에서 말을 걸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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